바람, 시간을 노래하다-詩

희망에 대하여..

patricksuskind 2012. 9. 19. 14:06

 

  희망에 대하여   |마종기

 

  오래 전 희망에 대해 말해준 분이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신 그 귀인의 희망은 어디쯤에 숨죽이고 살고 있을까. 그 후 언제부터인지 나도 내 희망을 찾아서 세상을 헤매 다녔다. 전에는 널려 있는 듯 많이 보이던 희망이 요즘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희망은 그렇게 흔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 싱싱한 냄새의 생명은 혹시나 계절이나 체온과 관계가 있을까. 이제야 조금은 후회되면서 지나가버린 희망이 그리워진다.

 

  함께 붙잡고 울 수 있는 것도 행복이란 것을 아는 이, 남의 깊은 속까지 다 믿고 있는 이가 희망의 신호다. 당당히 걸어서 사람의 마음속까지 들어갈 수 있는 것이 바로 희망이다. 내가 처음 품었던 희망과 지금의 희망은 많이 달라졌다. 희망은 구름같이 변하는 것인가, 벌판 같이 외로운 것인가. 희망이 등을 다독이며 속삭였다. 희망은 땅도 물도 아니고 사람이다. 산천초목도 아니고 사람 사이의 물 같은 섞임이다.

 

  내가 세상과 작별할 때에도 나는 희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희망은 아마 날개가 되어줄 것이다. 내가 가진 작은 희망들 때문에 나는 누구도 용서할 힘이 생겼다. 내 손을 보라, 해방된 저 공간의 침묵, 손해보고 상처 받았다고 괴로워하던 내가 살아온 날들이 한꺼번에 무더기로 진다. 사라지면서 희망을 뿌리고 있다. 남루한 내 생을 포근히 안아주면서 집착 없이 가벼워지라고 희망은 오늘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