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ricksuskind 2018. 8. 28. 17:12

 

 

벽(癖)   | 지현아

 

 

이사를 발음하면 기도처럼 들린다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옵고 아멘

물건을 버리고 짐을 싸는 일이 찬송 같다

내게 강과 같은 평화를 할렐루야

옮겨다님이란 나의 사원

정착이란 이단에게 구원을

너무 많은 신을 섬긴 죄로 나는 대체로 불운했던 것

기도를 하려 고개를 숙이면 머리 위로 검은 새가 내려앉았다

이사를 한다

역마의 살은 엄지에 박혀

붉은 칠을 하면 붉은 길들이 갈래졌다

머묾에 대한 약속은 희거나 검거나 붉다

당분간 기도는 하지 않을 것이지만

벌을 주신다면야 신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새 집에 들어가 신을 벗는다

흰 새가 머리 위에 내려앉기를 기다리는 날들

되풀이되는

신성모독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