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매는 날 

  여우비 내리는 날

   햇살이 비처럼 내리다 그치고

   비가 안개처럼 내리다 그치고

   이랑이랑
  검은 비닐처럼 덮인 안개사이로
  이 고랑은 피안과 차안을 가로지르는
  가년스레 살아가는 시간과 같다는 둥
  잡초며 궁벵이며를 쪼아 대며
  농사짓는 일이란 것도 무언가 살리기 위해
  무언가를 죽여야하는 것이라는 둥
  사변을 늘어놓으며 넋도 없이 괭이질한다.
  그래, 영원이라는 건 그런거지.
  시작한다는 건 그런거지. 

  하릴없이 김매는 날
  여우 시집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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