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땅에서 시험으로 말미암아 잠깐 근심하게 되지 않을 수 없는(벧전1:6) 흩어진 나그네(벧전1:1)인 것은 우리의 부르심(벧전1:2)이 이땅에 있지 아니하고, 더 높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벧전1:4, 7).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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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메테우스 엘레지

 

  바람이 부는 날에 나는 보았어요

  바람에 날려 허우적대는 것은 죄다

  무엇이든 놓지 못한 것이었지요

  나일론줄에 걸려 간질(癎疾)하는 빨래처럼

  프로메테우스는 시간에 꿰여

  오늘도 간을 쪼이고 있드랬어요

  그제서야 조금은 알 수 있었지요

  형벌은 바로 시간인 것이랍니다

  부리보다, 발기발기 찢기는 것보다 무서운 것은

  끊임없이 부풀어오르는 간덩이지요

  쪼이면서도 끝없이 재생되는

  욕망과 의문(疑問)의 시간이랍니다

  당신을 만나러 오는 길, 바람부는 날에 보았어요

  소멸하는 것은 죄다 시간에 걸려 있었지요

  무엇이든 놓지 못하고 있었지요

  시간 위에 제이름 悄悄히 조각할수록

  도리어 소멸하는 것이었답니다

 

  누군가 영원은 바위같다 하더군요

  똑 거치는 바위같다 나는 생각했지요

  시간도 그 어디쯤에 걸려 흩어진다면

  새기는 것도 움켜쥐는 것도 미련하다 생각했지만

  오늘도 프로메테우스는 시간에 꿰여

  간을 쪼이고 있드랬어요

  시간은 묻지 말자고

  이름도 알지 말자고

  영원이란 겸손히 살아지는 것이라고

 

-2009.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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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디 까는 날 

  침을 놓고 부황을 뜬다.
   -죽은 피를 많이 뽑았으니까 한결 가뿐해지실 거예요.
  그래, 모든 죽은 것들은 나름의 무게를 가지는 거다.
  내가 짊어졌던 것들은 고스란히 내 속에 그 날의 무게를 심구어 놓았다.
  공허해서 무거웠던 지난 몇 달이 허리 어디 쯤에 심기어 마음이 편히 앉지 못하던 날, 나는 고디를 깐다.
   -너는 네 속으로 너무 깊이 숨어 들었지, 지옥에서 너를 구원해 주마.
  시퍼렇게 멍든 몸뚱이에 단번에 못을 찔러 넣고 나선의 결을 따라 천천히 돌려 빼는 것.
  사는 게 이와 같아서,
  사랑이 이와 같아서. 


"내 믿음에 상처는 많지만 후회는 없다."
-E. 스탠리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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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매는 날 

  여우비 내리는 날

   햇살이 비처럼 내리다 그치고

   비가 안개처럼 내리다 그치고

   이랑이랑
  검은 비닐처럼 덮인 안개사이로
  이 고랑은 피안과 차안을 가로지르는
  가년스레 살아가는 시간과 같다는 둥
  잡초며 궁벵이며를 쪼아 대며
  농사짓는 일이란 것도 무언가 살리기 위해
  무언가를 죽여야하는 것이라는 둥
  사변을 늘어놓으며 넋도 없이 괭이질한다.
  그래, 영원이라는 건 그런거지.
  시작한다는 건 그런거지. 

  하릴없이 김매는 날
  여우 시집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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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로수 곁으로 바람만이 초조하게 서성인다
  길은 계절을 뚫고 들어올 것처럼 곧다
  길은 길이어서 곧은 게다
  뱀처럼 꾸불텅해도 곧기만 한 길이어서
  부랑자는 길에 얼굴을 박고 보시를 구하는 것이다
  가로수처럼 박혀 바람처럼 서성인
  우리의 유로지비
  가을처럼 가을처럼
  젊음은 잦아들고
  사랑이 지고
  사내는 철이 드는 게다
  원망마라 떠나가는 것을
  너인들 너를 기다려 서성이는 바람이었던가
  제 울음으로 스러지는 것이
  유로지비 너의 미덕이다
  사내는 가을처럼 철이 들고
  길은 언제고 삶을 뚫고 나가는 것
  어디고 닿는 곧은 길이어서
  길에 얼굴을 박고서야 자비를 구하는 게다 

2009. 10. 14



아.. 시를 쓰고 싶다..
사진을 찍고 다닌 것도..
시를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는 나에게 희망이자 절망이지..
재능이라는 건.. 영감이라는 건..
왜 나를 비껴가는 걸까.. ㅋㅋ..

시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나의 주절거림들..
이젠 그것마저도 쉽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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