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YMPUS|E-300

  소주병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간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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