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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YMPUS|E-300

  겨울, 우리들의 도시   |기형도

  지난 겨울은 빈털털이였다.
  풀리지 않으리란 것을, 설사
  풀어도 이제는 쓸모 없다는 것을
  무섭게 깨닫고 있었다. 나는
  외투 깊숙이 의문 부호 몇 개를 구겨넣고
  바람의 철망을 찢으며 걸었다. 

  가진 것 하나 없는 이 세상에서 애초부터
  우리가 빼앗을 것은 무형의 바람뿐이었다.
  불빛 가득 찬 황량한 도시에서 우리의 삶이
  한결같이 주린 얼굴로 서로 만나는 세상.
  오, 서러운 모습으로 감히 누가 확연히 일어설 수 있는가.
  나는 밤 깊어 얼어붙는 도시 앞에 서서
  버릴 것 없어 부끄러웠다.
  잠을 뿌리치며 일어선 빌딩의 환한 각에 꺾이며
  몇 타래 눈발이 쏟아져 길을 막던 밤,
  누구도 삶 가운데 이해의 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지난 겨울은 빈털털이였다.
  숨어 있는 것 하나 없는 어둠 발뿌리에
  몸부림치며 빛을 뿌려넣는 수천의 헤드라이트!
  그 날(刃)에 찍히며 나 또한 한 점 어둠이 되어
  익숙한 자세로 쓰러질 뿐이다.
  그래, 그렇게 쓰러지는 법을 배우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온몸에 시퍼런 절망의 채찍을 퍼붓던 겨울 속에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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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철책 너머..

길은 어딘가로부터 뻗어왔고,
어디로든 뻗어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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